여행의 최고의 묘미가 순간 순간 일어나는 변수에 있다고 한다면 박자세 미국 학습탐사는 여행의 정수편이라해야 할 듯 하다. LA 국제공항에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지 못하는 LA의 구름들은 이 모드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학습탐사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로드무비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학습탐사의 시작과 끝은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6개의 국립공원(규화목단지, 차코, 아나사지, 캐년 랜드, 그랜드 캐년, 데쓰 벨리), 2개의 천문대(팔로마, 키티피크), 1개의 운석분화구과 후버댐을 둘러 본 여정은 장소 장소를 엮고 있는 분위기부터 남달랐다. 아마도 각 주마다 다른 풍경을 선보이는 도로와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네바다주, 유타주 6개의 주를 도는 학습탐사는 미국의 다양한 기후와 지질, 지형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공항 입국 절차에서 이진규 선생님께서는 미국에 방문한 목적에 대해 공항 보안요원이 묻자 미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왔다고 하였다. 애리조나주를 지나며 국경수비대의 검문에서 어디서 왔으며, 온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형민 학생은 별, 지질, 인디언의 역사와 미국에 대해 공부하러 온 그룹이라고 답했을 때 국경 수비대원의 탄성과 감탄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들 또한 자신의 나라임에도 찾아가기 힘든 장소를 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학습 자세는 학습탐사 내내 미국의 지질과 기후,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식견을 만들 수 있었다.

 

둘째날 만난 폭우, 번개, 천둥, 바람과 셋째날 만난 폭설, 넷째날 영하 10도에 가까운 혹한은 미국에 대해 몸으로 느끼고 알 수 있게 하는 조건일 뿐이었다.

 

미국은 아주 친절한 곳이다. 입국 절차에서 ‘I can not speak english.'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몸으로 설명하던 보안 요원, 랜트카 센타에서 잃어버린 짐을 챙겨준 직원, 데쓰벨리에 강한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달려가 잡아 주던 관광객 특히, 챠코 역사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입구의 비포장 도로에서 자동차가 펑크가 났다. 외국 차종이라 스페어 타이어를 빼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캠핑카를 몰고 지나던 미국인이 차를 세우고 자진해서 도움을 주 었다. 40분이 넘는 시간을 우리를 위해 할애한 것이다. 보상에 대해서는 친절을 베푼 것 하나로 됐다며 그냥 자신의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갔다.

 

이 뿐인가 미국의 지형들 또한 모두 친절하게 자신을 들어내고 있었다. 몇 만 년 전 숲을 보여주는 규화목 단지의 나무 화석들, 챠코와 아나사지에 남겨져 있는 고대 인디언 유적과 구조물, 거대한 절벽과 그것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와 바위가 깨지며 생긴 돌맹이들, 돌맹이의 조각들이 부서져 만든 대지를 비추던 석양이 아름다웠던 캐년랜드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가장 밑바닥의 184천만 년 전의 지층과 최근의 27천만 년 전의 지층을 500~600만 년 동안 1년에 0.3밀리미터씩 깎아내어 만들어진 그랜드 캐년의 강렬한 이미지 너머에 수십억 년을 가로 지르는 시간은 깊은 상념에 잠기기에 충분하였다. 마지막 날 하루 가득 채운 데쓰 벨리에서 땅이 숨쉬며 안정화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구리가 섞인 푸른색 지층과 철이 섞인 붉은 색, 점토와 사암등의 화려한 색깔을 보았던 아티스트 팔레트, 화산 분화구를 뛰어 내려가 분지를 올라오며 강한 바람에도 환하게 웃으시며 스코리아를 보여주신 박사님을 생각하게 한다. 사막과 소금길, 스코트 캐슬의 이야기들은 데쓰벨리를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탐사 초기에 탐사 대원의 짐을 잃어버리며 생긴 미묘한 기류는 악화된 기후에 의해 2개의 천문대를 보지 못하며 약간의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불안을 낳았다. 그리고 이어진 예측 불허하는 날씨는 그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미국의 거대한 평원과 자연은 그 모든 미묘한 기류를 한 방에 몰아내었다. 학습탐사에서도 박사님의 열정어린 강의는 탐사 내내 배우고 익히는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자연과학에 대한 식견을 채우고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잃어버린 짐을 찾았을 때 서로 박수를 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앤딩이었다.

 

모든 여행은 기억을 남긴다. 그 기억은 평생 대뇌어지며 삶의 모양을 바꾸어 나간다. 이번 미국 학습탐사는 다양한 기후와 지질, 지형을 오감으로 채우고, 감동을 채웠다. 모든 대원들은 이번 학습탐사를 가장 잊지 못하는 탐사로 기억할 것이라고 하였다. 여행은 모든 것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여도 그 예측을 빗나가는 상황은 일어난다. 이 번 여행은 그 모든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더 많이 기억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였다. 키티피크 천문대에 쏟아지는 폭설 속에서 본 애리조나의 드넓은 평원과 선인장이 기억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생생히 기억되는 사건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도 말이다.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한 상황이 순식간에 어긋났을 때에도 묵묵히 상황을 주시하고 중심을 잡아 흔들리지 않는 모습 보여 주신 박문호 박사님을 보았다.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어르신들께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에서도 많은 배움이 있었다. 박사님께 배우고, 사람에게 배우며, 자연을 보고 생각하며 더욱 배울 수 있는 박자세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잡다한 경비와 과정을 맡으신 홍종연 총무님, 처음 참가하셨음에도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병수 선생님, 언제나 먼저 일어나 짐과 장비 걱정하고 챙기신 이원구 선생님, 이홍윤 선생님, 전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던 송영석 선생님, 조용히 솔선수범하며 차량을 점검하고 수 천 장의 사진을 찍으신 김철원 선생님과 처음 학습탐사에 참여하시여 분위기를 이끌어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하시고 따스하고 정다운 음식을 준비하여 서로가 웃음짓게 만드신 공송심 선생님, 특별히 초빙하여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사진을 찍으시고 모두 잠든 후에는 별 사진을 찍으시며 수고하신 김강자 선생님, 낭낭한 목소리로 공간을 밝은 느낌 가득하게 만들어 주신 이은호 선생님, 이진규 선생님 그리고 모든 대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IMGP8749.JPG 1-IMGP8763.JPG 1-IMGP8795.JPG 1-IMGP8849.JPG 1-IMGP9166.JPG 1-IMGP9170.JPG 1-IMGP9798.JPG 1-IMGP9523.JPG 1-IMGP9549.JPG 1-IMGP9662.JPG 1-IMGP9748.JPG 1-IMGP9919.JPG 1-IMGP9884.JPG 1-IMGP9885.JPG 1-IMGP0500.JPG 1-IMGP0046.JPG 1-IMGP0049.JPG 1-IMGP0292.JPG  1-IMGP0328.JPG 1-IMGP0384.JPG 1-IMGP0924.JPG 1-IMGP0934.JPG 1-IMGP0540.JPG 1-IMGP0550-001.JPG 1-IMGP0606.JPG 1-IMGP1453.JPG 1-IMGP1229.JPG  1-IMGP1425.JPG 1-IMGP1429.JPG 1-IMGP1439.JPG 1-IMGP1997.JPG 1-IMGP1506.JPG 1-IMGP1507.JPG 1-IMGP1568.JPG 1-IMGP1601.JPG 1-IMGP1617.JPG 1-IMGP1824.JPG 1-IMGP1863.JPG 1-IMGP1895.JPG 1-IMGP2447.JPG  1-IMGP2006.JPG 1-IMGP2052.JPG 1-IMGP2060.JPG 1-IMGP2066.JPG 1-IMGP2130.JPG 1-IMGP2150.JPG 1-IMGP2158.JPG 1-IMGP2164.JPG 1-IMGP2188.JPG 1-IMGP2194.JPG 1-IMGP2207.JPG 1-IMGP2282.JPG  1-IMGP2361.JPG  1-IMGP2436.JPG 1-IMGP2488.JPG